1.
다음넷 뉴스를 매일매일 훓어보는 것도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직업' 생활의 한 부분이라 여기고 열심히 보던 중, 매우 위험한 그리고 제 개인의 상식을 넘어서는 글을 발견하여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지금이 학기가 끝난 시점이라 다행이라 생각하고 한번 적어볼까 합니다.

2.
우선, 한 가지만 명확하게 지적하고 싶습니다.
의사선생님은 의술과 치료와 관련해서는 그 분들의 말씀에 귀를 귀울이며 들어야 하지만
그 외 '의료보험'과 관련해서는 이야기를 들어서는 안됩니다.

3.
미국의 복지국가를 연구하는 유명한 학자 Jill Quadagno의 책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One Nation, Uninsured

 왜 미국이 국가적 의료보험제도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를 역사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책입니다. 미국의 각종 사회보장 제도에서 인종 차별때문에 국가적 의료보험을 반대하는 일이 잦았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입니다. 얼마전 블로그에 올라온 글의 예시를 보면, 백인에 대한 예시가 4개 중 딱 하나였죠.

백인도 65세이상의 Senior Citizen.. 즉, 인종과 관계없이 관대하게 보험처리를 받을 수 있는 연령의 이야기였습니다. 국가적 사회보장체계가 없는 미국에서도 노인에 대한 보험만큼은

'기업'이 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가 상당부분 보장한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인종적 이유 이외에, 미국에 국가적 의료보험이 없는 것으로 의사들과 병원 이익집단 그리고 아시다시피 제약회사등의 정치적인 활동 (혹은 로비) 이 또 하나의 커다란 이유중 하나로 듭니다. 즉, 의사들은 의료보험과 관련해서 직접적인 수혜자입니다.

국가가 하는 의료보험보다 시장이 해결하는 의료보험제도가 당연히 의사분들에겐 더욱 경제적으로 이득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글에 대한 직접적인 반박을 해보자면, 마약하는 흑인 여성이 '청구서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릴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 그러는 것이 당연하다 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두번째 백인 노인 분이야기는 앞에서 언급했으니 넘어가도록 하고, 세번째 이야기는 역시 극빈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국가에서 주는 '월급'이 아니라 국가가 주는 '최소한의 생활보장비용'이라는 말입니다. 그들의 아이들이 아픈 것을 국가가 해준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시장마저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말입니다.

특히, 미국은 이민국가이기 때문에 저소득 아이들에 대한 배려는 한국보다 상당히 잘되어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한국은 현재 이부분이 제대로 되어 있지도 않은 상황인데 나머지 부분을 시장화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잘 되어 있는 이유도 국가가 하기 때문이라는 거죠.

네번째 이야기는 한인부부에 관한 이야기인데, 보험료가 비싸 가입하지 않고 있다가 사건이 터져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든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시장보험을 들면 문제가 다 해결 될까요?

4.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4인 가족 기준 평균 의료보험은 우리나라 돈으로 1200만원인 반면에, 한국은 150만원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즉, 매년 1200만원을 의료보험만으로 순수하게 - 아프든, 아프지 않던 - 지불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의료보험의 종류도 매우 다양해서 어떤 금액으로 드느냐에 따라 치료가 가능한 진료가 있고 커버가 안되는 즉, 보장이 안되는 진료가 천차만별로 존재합니다.

더 많은 돈을 내고, 더 많은 서비스를 받기가 힘듭니다.

두번째로, 의료보험을 매우 비싼 것을 들지 않는 이상, 보험자가 갈 수 있는 병원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의료보험을 낸다고 모든 것이 다 보험으로 처리되는가? 아닙니다. 이른바 디덕터블(deductable)이 존재합니다. 한국처럼 총액 가운데 몇 퍼센트 그리고 보험이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을 따져서 내는 것이 아니라, 보험이 된다 하여도 보험가입자가 기본으로 내야 하는 돈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디덕터블이 50만원이다 하면, 치료가 60만원어치가 나왔다고 가정했을때, 50만원은 본인이 내고 10만원이 보험에서 나옵니다.

그러니까, 더 많이 아플수록 보험에 드는 것이 좋은 것이 되는 것이고 이 경우 중증이므로 매우 비싼 보험을 들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세번째로, 의료보험의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직장이 없으면 가입하기 힘들다는 사실입니다. 앞서 블로그에서 한인의 예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자영업자가 4인가족기준으로 일년 1200만원 보험가입한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5.
현재 미국의 대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민주당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의 지난 크리스마스 정치광고의 내용이
'국가 의료보험(Universal Health Insurance)' 공약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가을 미 공화당 대선 주자들의 토론이 구글에 중계된 적이 있었습니다만, 사회자가 공화당 지지자 조차도 60%가량이 어떤 형태로든 국가적 의료 보험제도를 원한다는 질문을 한적이 있습니다.

즉, 네번째로 미국이 벗어나고 있는 길을 한국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가가 하는 의료보험과 시장이 하는 의료보험을 병원의 '효율'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있는 데, 비효율이라는 것이 병원이 '생각보다' 돈을 적게 받기 때문에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아니면 의료비용이 싸기 때문에 사람들이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서 조기진단 등을 받아서 병원이 붐빈다는 것이 비효율인지 알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환자' 입장이 아니라는 겁니다.

6.
한국도 마찬가지이겠습니다만, 미국의 차하위 계층. 즉, 국가가 보장해주지 않는 저소득층 바로 위에 애매한 계층들은 현재 미국에서도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의료비용때문에 파산하는 경우는 다반사입니다. 병원에 갔다가 의료비용이 없어서, 카드 끌어다쓰고 그러다가 빚이 쌓여서 돌려막기 하다가 결국에는 파산하는 거죠. 극단적으로 말씀드려서 한번 크게 사고당하면 가정 파탄으로 끝납니다.

7.
아주 쉬운 예로 미국은 응급한 상황에 병원에 가기 위해 911 전화해서 구급차 타고 가면
나중에 '비용 청구' 됩니다. 한국의 119는 무료봉사죠. 사람 살리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 이라 봅니다.
미국은 일단은 병원에 가서 살리고, 그 다음에 청구서가 날라옵니다.

치과치료요? 의사랑 치료이전에 일단 얼마에 치료할 것인지 딜(deal)을 하고 진료 받습니다.
유학생 사회에서는 치료할 이빨이 몇개인지 세어보고
그 돈으로 한국으로 비행기타고 가서 치료하고 오는게 낫다는 말이 회자됩니다.

약값이요? 제약회사만 돈 벌고, 돈이 없어 약을 못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8.
물론, 미국 의료보험이 극빈층과 노인들에게는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좋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도 참 재미있습니다. 바로 '국가'가 책임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부분을 제외하고보면, 돈이 없어 평소에 병원가기를 꺼리는 문화와
한국과 비교했을 때, 천문학적인 의료보험 비용을 생각해 보면

여전히 국가적 의료보험이 시장의료보험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만약 국가적 의료보험이 잘 안 돌아간다면,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것인가가 문제이지, 그 제도 자체를 버려야 되는 것이 아닙니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국가적 의료보험이 화두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바꾼다고요?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Posted by 조나단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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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티오 2007.12.30 01: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읽고 갑니다. 블로그 제목을 보니 독일에 거주하시거나 아니면 독일어를 전공으로 하시는 것 같네요...^^ 그것도 아닐려나?
    아무튼 글 잘 읽고 갑니다.

    • 조나단95 2007.12.30 16: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등학교때 제2외국어가 독일어였죠^^ .. 쥐스킨트를 좋아해서 그가 낸 책의 일부를 제목으로 ^^;; ... 들려주셔서 답글까지 남기고 감사드립니다

  2. 독야청청 2007.12.30 11: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여론을 왜곡시키고 사실을 호도하려는 이익집단과 일부 생각없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가 위기에 봉착한 것 같습니다.

  3. Yates 2007.12.30 14: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틀전엔가 다음에 실린 미국의료제도에 대한 황당무지한 글을 읽고 분개한 적이 있었습니다.그것도 소위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작자가 어떻게 앞뒤구분도 못하고 그런 글을 끄적일수 있었는지...분노가 치밀더군요..그런 의사에게 치료받는 환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심히 걱정이 되기도 하고...

    미국에서 십여년 가까이 살면서 정말 뼈저리게 느끼는 부분이 바로 미국의 '의료체제'더군요. 이 하는 빼는데 기본이 백불(그것도 단순발치, 어금니나, 송곳니를 빼면 '수술'이라고 하더군요..기가차서...그건 이백불이지요..무조건 엑스레이 찍습니다. 결국 이하나 빼러가서 까닥잘못하면 삼백불은 그냥 날리고 오지요..물론 보험은 없지만, 보험을 들어본들 별 도움이 안되지요)입니다.

    의사만나러 가서 무릎팍에 망치질 몇 번하고, 푸주간 고기다는 체중계같은데 올라가서 몸무게 재고, 혈압재면 기본이 백불입니다. 치료는 따로지요...사람 미칠 노릇입니다..

    이런 미국의 의료체제를 한국이 이제와서 도입한다구요? 정말 거꾸로 돌아가는 나라군요.
    좋은건 받아들여 개선해서 더 좋은걸로 만들 창의적인 노력은 관두고, 이미 만신창이 되어 온갖 폐단에 허덕이는 제도를 들이겠다는 그 시대착오적인 발상의 머리뚜껑을 한번 열어보고 싶네요...

    지금같은 한국의 의료보험제도...글쎄 근 십여년 나와살다보니 무엇이 그렇게도 크게 잘못된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세계 선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좋은 의료보험제도라고 여겨집니다.(물론 의사들에게는 아닐지 몰라도, 병을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입장에서)...

    저도 조만간 블로그에서 한번 다룰 예정인데...공감가는 글 읽고가기에 몇 자 남깁니다.

    • 조나단95 2007.12.30 16: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정말 미국에서는 아프면 아픈대로, 비용은 비용대로 인것 같습니다. 저도 치과보험은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_-;

  4. 발자국 2008.01.02 1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글을 더많은 사람이 읽는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입니다. 그 글을 읽고 저도 미국의료제도가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라는 내용으로 이해가 될것 같아 걱정 하였던 사람입니다. 검색을 해 보니 이미 우리나라 의대생들 카페에서 그런 의미로 올려지고 해석되고 있는 것 같더군요.. 답답합니다. 그리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가 자주가는 카페에 출처를 표시 해놓았는데 자꾸 존재하지 않는 게시글이라고 나오네요. 확인부탁드려요.
    고수민님 글 아래 트랙백에도 제목을 클릭하면 존재하지 않는 게시글이라고 뜨기도 하고..
    다음검색에서도 게시글 제목은 검색되는데..클릭하면 존재하지 않는 게시글이라고 뜹니다.

    • 조나단95 2008.01.02 13: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마도 제가 중간에 블로그 주소를 바꾸면서 생긴일 같은데, 현재 주소로 다시 링크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메일은 보냈는데 답이 없네요. 트랙백 맨 마지막에 다시 보냈는데 지워졌나봐요. 확인해 보겠습니다...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5. 2008.01.02 21: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sicko 봤어? +_+ 요즘 허리가 좀 망가져서;; 몸소 미국의 짜증나는 의료 시스템을 겪고 있다니까 ㅠ_ㅠ

  6. 준영 2008.06.22 2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국의 의료보험제도는
    '어정쩡한 중산층'들에게는 피해가 막심한 제도라는 것이 확고한 것인데도,
    몇 가지 예외를 들어서 자꾸 물타기를 하는 네티즌들이 보입니다. 읔

    음음음
    잘 읽고 갑니다. 차분하게 잘 정리해주셨네요~!
    앞으로도 이 주제와 관련해서 포스팅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ㅋ
    앞으로도 기대(?)할게요ㅋ

    • 조나단95 2008.06.23 17: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 . 의료보험은 정말 중요한 문제인데, 사람들이 미국식 제도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국가 보험에 비해 매우 좋지 않은 제도인데도 말이죠.